12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수원 컨트리클럽(파 72)의 14번 홀(파 4).21살 윤이나는 어려운 버디 퍼트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옆 경사로 이루어진 그린까지의 거리는 대략 15m 이상이었지만 윤이나 선수는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퍼팅된 공이 왼쪽으로 향하다 오른쪽으로 꺾이며 홀 안으로 들어가자, 이를 지켜보던 1천여 명의 갤러리들이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습니다. 선두를 달리던 '데뷔 동기' 이예원과는 이제 2타 차이입니다. 마치 2년 전 슈퍼 루키들의 대결이 다시 펼쳐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마지막 날 경기에서는 2003년생 동기생이며 2022년 KLPGA 투어에 함께 데뷔한 윤이나와 이예원의 뜨거운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승리는 이예원에게 돌아갔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03타를 기록한 이예원은 윤이나 선수를 3타 차이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였습니다. 이예원은 이날 윤이나의 거센 추격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버디 4개를 잡아내며 4언더파 68타를 기록했습니다.
1. '오구 플레이' 윤이나, 이예원과 신인왕 경쟁을 벌이던 동갑내기
국가대표 아마추어 시절부터 오랜기간 함께 활동하며 좋은 경쟁을 보여준 윤이나와 이예원의 라이벌 관계는 프로 골프 대회에서도 지속되었으며 2022년 KLPGA 투어에 함께 데뷔한 윤이나와 이예원은 시즌 초반부터 '슈퍼 루키'로 불리며 상반기까지 신인왕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그 해 여름을 기준으로 두 선수의 골프 인생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2022년 6월 윤이나는 한국여자오픈 대회에서 타인의 골프공을 사용한 '오구 플레이'가 발각되어 대한골프협회(KGA)와 KLPGA로부터 3년간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 후 징계 기간이 1년 6개월로 줄어들어 지난달 KLPGA 투어 2022 시즌 국내 개막전인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을 통해 감동적인 복귀전을 펼쳤습니다.
윤이나 선수가 출전 정지 중인 동안 이예원 선수는 KLPGA 투어의 인기 스타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첫 시즌에는 우승하지 못했지만, 여유롭게 신인왕을 수상했으며 지난 시즌에는 3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대상과 상금왕, 그리고 최저타수상까지 모두 수상하였습니다.
2. 윤이나를 턱밑까지 따라잡은 이예원
지난 달 KLPGA 투어에 다시 참가한 윤이나는 주변의 냉담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재기에 힘썼고 지난달 복귀 후 네 번째 참가한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에서 9위를 차지하며 이번 시즌 처음으로 톱 10에 진입했습니다.
골프 관계자에 따르면 "윤이나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시즌 초반에는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동료들과의 관계도 개선되고 경기력도 점차 안정되어 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윤이나는 완벽하게 부활했음을 보여줬는데요, 최종 라운드에서 선두 이예원에 4타 뒤진 공동 3위로 시작한 윤이나는 전반 9홀에서만 버디 3개를 잡으며 3타를 줄여 우승 경쟁을 이어갔습니다.
후반전에는 윤이나 선수의 추격이 매서웠습니다. 후반 11번 홀(파5)과 12번 홀(파 4)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아낸 윤이나는 14번 홀에서도 장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한때 이예원을 2타 차까지 따라붙었습니다.
3. 와이어 투 와이어 첫 우승 이예원
이예원은 윤이나의 거센 추격에도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16번 홀(파 3)에서 친 티샷이 그린 옆 러프에 빠져 보기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약 6m 거리의 파 퍼트를 성공시켜 윤이나의 추격 의지를 꺾었습니다.
그 후 2개의 홀에서도 파세이브를 기록한 이예원은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처음으로 보기를 한 윤이나를 3타 차이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였습니다. 이번 우승은 3월에 열린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 이후 2개월 만에 달성한 시즌 2승이며, 통산 다섯 번째 우승입니다.
이예원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거둔 우승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그녀의 생애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라는 점입니다. 이예원은 "정말 행복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침착하게 경기에 임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올 시즌 박지영(28)에 이어 두 번째 다승자가 된 이예원은 "다승왕이 목표지만 아직 초반이라 우승에만 집착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하며 각오를 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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